
주말 점심에 친구들이랑 밤리단길을 찾았다. 한 친구가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밥이나 같이 먹자고 자리를 잡은 건데, 장소로 여기를 골라왔다.
외관이 딱 들어온다. 짙은 초록색 어닝에 TTENEROOM 로고가 들어가 있고, 유리창에 PASTA, GNOCCHI, LASAGNA, STEAK, WINE, BEER, WHISKEY가 세로로 죽 나열되어 있다.
입구 쪽 입간판에 '생면 파스타'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그 한 줄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영업시간은 12시부터 22시까지, 브레이크타임 15:30~17:00이고 월요일은 휴무다.


안으로 들어서면 공간이 생각보다 아기자기하다.
와인 병들이 테이블 위에 잔뜩 쌓여 있고, 여기저기 배치된 빈티지한 소품들이 작은 이탈리아 식료품점에 들어온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창가 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데, 시어 커튼을 통해 걸러진 빛이 은은하게 퍼져서 낮에 가도 아늑하다.
오버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소품 하나하나가 쌓여서 만들어진 분위기라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벽돌 벽 쪽 자리도 분위기가 괜찮다. 구 조명이 포인트로 매달려 있고, 나무 테이블과 의자 조합이 전체적으로 유러피안 비스트로 느낌을 낸다.
테이블 간격도 너무 붙어 있지 않아서 친구들끼리 오붓하게 대화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바 쪽을 보면 와인이 꽤 충실하게 갖춰져 있다. 천장에 와인잔이 줄줄이 걸려 있고, 선반엔 화이트부터 레드까지 여러 병이 빼곡하다.
눈길이 간 건 주방 쪽에 놓인 CAPUTO 밀가루 포대였다. 이탈리아 나폴리산 파스타 전용 밀가루인데, '생면을 직접 만든다'는 게 마케팅 문구가 아님을 실물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이런 디테일을 보면 공들이는 집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메뉴판은 클립보드에 끼워져 나온다. 읽어보면 매일 직접 면을 뽑고, 파스타 반죽에 물 대신 계란만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포카치아도 매일 직접 굽는다고 한다. 메뉴 종류도 제법 다양해서 탈리아텔레, 카펠리니, 리가토니, 펜네
등 면 종류가 다르고, 스테이크는 살치살 외에 오리가슴살, 양갈비도 있다. 고민 끝에 생면 비스큐 새우 탈리아텔레와 살치살 스테이크로 정했다.

주문 후 포카치아가 먼저 나왔다. 스테인리스 트레이에 두 조각이 담겨 있는데, 올리브 오일이 촉촉하게 스며든 결이 눈에 보인다.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폭신하다. 로즈마리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고, 같이 나온 피클과 올리브가 느끼함을 잡아준다.
파스타 전에 먹는 빵치고 완성도가 높아서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수준이다.


음료는 콜라를 골랐는데, 빈티지한 크리스털 고블릿 잔에 얼음을 가득 채워서 내어준다. 콜라 하나를 이렇게 세팅해서 가져다
주는 배려가, 먹고 마시는 전체 경험을 신경 쓰는 집이라는 인상을 줬다. 작은 것 같아도 이런 디테일이 분위기를 만든다.


메인이 나왔다. 생면 비스큐 새우 탈리아텔레는 실물이 사진보다
좋았다. 폭이 넓은 납작한 탈리아텔레에 주황빛 비스큐 소스가 촉촉하게 코팅되어 있고, 머리가 붙은 통새우가 통째로 올라가 있다.
직접 뽑은 생면이라 면의 탄력이 확실히 다르다. 건면에서 느낄 수 없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고, 비스큐 소스의 진하고 고소한 해산물 풍미가 면 전체에 잘 배어 있다.
한 젓가락 먹을 때마다 만족스러운 맛이 이어진다.

살치살 스테이크는 23,000원. 슬라이스된 살치살이 크리미한 퓨레 위에 올려져 있고, 구운 양파와 방울양배추가 곁들여진다.
미디엄레어로 구워진 단면이 선명한 핑크빛을 띠고 있고, 육즙이 촉촉하게 살아 있다. 옆에 플뢰르 드 셀과 홀그레인 머스타드가 따로 놓여 있어서 취향대로 찍어 먹을 수 있다.
이 정도 플레이팅과 완성도면 가격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밥을 다 먹고 친구가 청첩장을 꺼냈다.
이런 자리에서 소식을 전하기엔 떼네룸이 딱 맞는 분위기였다. 너무 시끄럽지도 않고, 너무 조용하지도 않아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좋은 음식에 좋은 소식까지 더해져서 기분 좋은 주말 점심이었다.
음식 맛은 솔직히 좋다. 생면 특유의 식감과 소스 완성도 모두 기대 이상이었고, 스테이크까지 합쳐서 밥 한 끼로 충분히 든든했다.
밤리단길에서 제대로 된 이탈리안 한 끼를 원한다면 충분히 다시 올 만한 곳이다. 월요일은 휴무이고 브레이크타임이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하고, 주말 점심이라면 미리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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